노란 때깔의
족속은
왜소한 운명선에
줄을 섰다
시골길 언덕아래
삶의 기치 추켜들고
낮은 곳에서도
누리를 우러러
오월의 하늘에
홀씨가 날리면
봄날의 신천지는
어디든 좋더라
강의한 삶에는
사치를 모르거니
한 뿌리 좁은 령토에
이름 석자 붙이고
작은 그늘 그 속으로
봄기운이 스며들면
세상 사는 맛
초록은 동색이라 일컫더라
꽃샘추위 이겨내고
싱글벙글 하얗게 웃으며
대롱대롱 그네 타던 목련
아침에 일어나니
밤새 자유락하한 채
땅을 베고 잠들어버렸다
아쉽다
슬프다
잠들었지만 토해낸 향기
가슴 헤집는다
만남을 위한 리별
생을 위한 아픈 송가
산다는 건 죽음을 향한 려행
동녘 하늘에선
붉은 해 바장이며
서산마루 그리고
벌써부터
스멀스멀 가슴 더듬는
애잔한 락조
유희
하늘과 땅이 살을 섞더니
지평선이 또 해산을 했다
금 한줄 그으며 순풍 낳은 피덩이
리유같지 않은 리유로
꽃들이 돌아눕는다
나무들이 기지개 켠다
서서히 걸음마 떼는 요술쟁이
난생처음 하는 세상구경이라
행여 빠뜨릴 새라 구석구석
더듬고 헤집고 핥으며 뒹군다
복불복이라 해야겠지
해종일 누렁이 혀 빼물도록 참기 어렵지만
그래도 벙어리 랭가슴 앓아야 함은
절벽이 된 채
무형의 궤적 그으며 즐기는 유희
지쳤을가 랑자하게 하혈하며
스러지는 저 모습
지평선은 또 임신을 했다
배나무에 피였으니
배꽃인가
복숭아 나무에 피였으니
복사꽃인가
황홀한 2월 청춘 탐내여
서둘러 피는 것은
순간을 살아도 꽃이고 싶어
뭇사람들 시선 강타하는 건가
꽃피면 열매나 맺을 것을
왜 하얗게 질려서 입술 떠는가
뚝뚝 눈물 세수하고
영원으로 가는 2월 눈꽃이여!
사랑을 듣다
산은 메아리 소리를 듣는다
지층을 뚫고 올라오는
울부짖음 같은
풀떡풀떡 뛰는 새싹이 보내는
메아리에
나무가 꽃에게 치근대는 소리
달달하다
바다는 밀물과 썰물이 짝 짓는
소리를 듣는다
기를 쓰고
강물의 물살 거스르는 연어들
철썩대며 돌아오는 소리
정겨웁다
하늘은 해와 달과 별이 쏙닥이는
소리를 듣는다
그것들이 보채는 소리에
달아오른 몸탱이
산은 하늘에게 몸 빼앗기고
하늘은 산에게 마음 빼앗긴다
벌레 우는 고요한 밤
어두워지는 적막 열고
밝은 달이 환이 웃으며
명랑하고 생기있게 솟아오른다
착해도 보이는 달아
만져보고 싶은 달아
너의 얼굴 하얀 미소처럼
이 순간이 영원처럼
웃음만 짓는 너의 친절한 마음
보여지는 듯
너의 찬란한 웃음 바라보면
보고싶은 모습들이 한가슴에 안겨온다
은백색 은은한 너의 빛처럼
부드럽고 포근한 이불이 되여서
멀리에 있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다
너의 령혼을 려행할 수 있는
신비로운 빛으로
아릿다운 순정처럼 모든 것을
사랑하고 배려하는구나
고요하고 아득한 좋은 이밤에
두손 꼭 잡고 너의 소중한 빛을 빌어
평화의 꽃피는 고향 마을에서
축복과 간절한 소원 조심히 얹어서
아이들에게 좋은꿈 보내주고 싶다
소나무
사시절이 없는 푸른 소나무
언제나 푸른 마음 하나로
멋있고 우아한 그 자세로
맑고 활기찬 뜨거운 사랑으로
변함없이 아낌없이
자연을 지켜주고 장식한다
리유도 불평도 없는
엄마가 심장병으로 입원치료를 받던 열흘간의 병실생활에서 늘 보아오던 한가지 장면이 수시로 떠오른다.
같은 병실에 입원해 있는 한 처녀애는 선청성 뇌졸증으로 반신을 쓰지못해서 훨체어를 떠나서는 바깥출입을 못하고 있었다. 나이가 겨우 열여덟살이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고중에서 마음껏 공부하고 려행도 다녔다는데 그 어느날 쓰러진 것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신세로 되였다.
며칠에 한번씩 바람을 일구군 했는데 그럴 때마다 수명이 팍팍 감소되며 의학적으로 오래 살면 일년, 혹은 몇달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다.
이미 병원에 입원한지 반년도 넘는다고 하는데 부모가 양돈일때문에 간병인을 쓰고 있었다.
매일마다 오전이면 간병인이 훨체어에 그 처녀애를 앉혀서 건강회복훈련센터로 밀고 가서 안마치료를 받게 하고 오후에는 밖에 나가서 해빛쪼임도 시키고 있었다.
언제부터 관상용 물고기에 흥취가 생겼다. 그래서 어느 날 시장에 가서‘공작’이라 불리는 작은 물고기를 단숨에30마리를 사서 어항에 넣었다. 빨갛고 노랗고 하얗고 까만 물고기들이 꼬리를 흔들며 자유자재로 어항 속을 노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일상의 피로가 가뭇없이 사라지면서 사뭇 기분이 좋다. 나는 자주 먹이를 뿌려주고 물도 바꿔주면서 사육에 정성을 넣었다. 이대로 물고기들이 빨리 크고 새끼도 낳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런데 아뿔사, 한주일 후부터 물고기들이 하나 둘 죽기 시작했다. 나는 급히 약도 먹이고 물도 정화했으나 그 상이 장상이였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니 물고기수가10마리쯤밖에 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물고기사육도 일종 과학이였다. 두세날에 한번씩 먹이를 주고 물도 열흘 혹은 한달에 한번 좌우로 바꿔줘야만 물고기생장에 유리했다. 결국 내 욕심과 조급정서가 물고기의 죽음을 불러왔다.
동산마루에서 솟아 올라
구름속을 헤염치는 달
반짝이는 별무리 이끌고
밤하늘 밝혀준다
고운 눈섭 초승달
쪽배 한 척 하현달
이그러지면 조각달
둥그러지면 보름달
천번이고 만번이고
그 모습 달라져도
달이란 이름으로 떠올라
삼라만상 비춰준다
지구도 둥글고
세상도 둥글고
내 마음도 둥글고
내 인생도 둥글고...
궂은날 있고 개인날 있듯이
커지고 작아지는 저 달
작아짐은 비워서이고
커짐은 가득 차서다
우리 삶도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거니
아, 둥글어지는 저 달과 같이
내 마음도 불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