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마음은 흰색이였다
구석진 곳에서
잠간 먼지 옷 입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모가 나고 깔끔했었다
개도 안 먹는 납품서 땜에
밤낮 일해 끊어지고
고달픔에 닳아
지금은 보잘 것 없지만
원 마음은 흰색이였다
찬밥신세
밤이면 밤마다
온 하루밤
눈보라 차가운
긴 겨울밤
이 마음 끓는 피 다해
정성 담은 박스들을
컨테이너에 한차 한차
실어보내고
자정되면 식사한다
지친 두 다리 끌고
삼면의 벽 확 열린 집안
수송대에 둘러서서
어머니 떠난
향수(乡愁) 냄새 맡으며
달빛에 찬 바람을 말아
떠먹는 이 기분은
찬 밥 신세
까만색이 바래면
또다시 찬란한 아침이련만
어쩐지 찬 이슬은
자꾸 눈초리에
매달려
흔들거린다
모국의 잊을 수 없는 밤
목이 꺽 메는 찬 밥
-겨울의 한 택배물류센터 야간작업현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