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흑룡강신문 론설위원, 사회학 박사.
월드컵은 한국인들에게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언론과 모든 국민이 관심하는 '중대사'이다. 한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인 KBS(1)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조 추첨을 생중계한 것이 단적인 증거이다. 한국 언론과 축구팬이 월드컵에 거는 기대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인들은 20년 전 개최국 '홈 텃세'를 리용해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4강에 진출한 향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대표팀이 '월드컵 단골'이니 그럴 만도 하다.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된 월드컵 조 추첨 결과, 한국대표팀은 포르투갈·우루과이·가나와 함께 H조에 편입됐다. 한국 언론은 '죽음의 조'를 피한 '무난한 조 편성'이라며 잔뜩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요즘 한국 언론은 미국의 스포츠 매체 ESPN의 보도를 인용해 한국팀이 우루과이·가나팀을 이기고 2승1무로 16강에 진출한다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유럽의 베팅업체들은 한국팀의 '16강 진출'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고 있다. 작금의 한국팀 실력과 '조 편성'으로 볼 때'16강 진출'이 어렵다는 것이 졸견(拙見)이다.
국제축구련맹(FIFA)은 한국이 속한 H조를 '가장 까다로운 그룹'으로 평가했다. FIFA는 공식 SNS를 통해 H조에는 군침을 돌게 하는 경기들이 준비돼 있다고 소개했다. 사실상 한국팀이 속한 H조는 '죽음의 조'이다. 한국팀 립장에선 인정하기 싫지만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승1무 16강행'은 동맹국의 '량호한 축원'일 따름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조별리그 탈락'은 결코 이변이 아니다. H조가 '무난한 (組)편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H조에 편성된 각국 대표팀 간에는 얽히고 설킨 사연이 깃들어 있다. 한국·포르투갈의 경기는 한일월드컵 후 20년 만에 펼쳐지는 맞대결이다. '한국전 패배'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포르투갈은 '회심의 복수전'을 노리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2010) 16강전에서 우루과이에 패했던 한국팀은 '설욕전'에 나선다. 러시아 월드컵(2018) 16강전에서 우루과이팀에 분패(憤敗)한 포르투갈은 호시탐탐 '설욕'을 벼르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 8강전에서 우루과이팀과 승부차기 끝에 석패(惜敗)한 가나팀은 '화끈한 설욕전'을 다짐하고 있다.
한국팀이 가장 넘기 어려운 벽은 '유로 2016' 우승팀 포르투갈이다. 현재 주축 멤버 6~7명이 프리미어리그 최강팀인 맨시티·리버풀·맨유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탄탄한 수비력과 세계적 미드필더의 조직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유로 2020' 득점왕 호날두와 최고의 공격수 조타가 포진한 공격진은 정상급이다. 한편 '백전로장'인 수아레스·카바니와 최근 '특급 공격수'로 주목받는 누녜스가 포진한 우루과이의 공격력은 여전히 세계 정상급이다. 한국팀은 이탈리아 월드컵(1990)과 남아공(2010) 월드컵에서 모두 우루과이에게 패배했다. 력대 전적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우루과이는 '한국의 천적(天敵)'이다.
한국 언론은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팀을 FIFA 랭킹(60위)이 낮다는 리유로 '1승 제물'로 여긴다. 개인기가 뛰여나고 주전 멤버가 유럽 리그에서 뛰고 있는 가나팀은 '다크호스'이다. 2014년, 한국팀은 가나에게 0:4로 대패했다. 한국은 일본, 이란과 함께 아시아 축구의 '절대적 강자'이다. 한편 '강자들 각축장'인 월드컵에선 단점이 쉽게 로출된다. 공격진의 골 결정력이 부족하고 미드필드의 볼 배급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의 중론이다. 수비력이 탄탄치 못하고 세계적 미드필더의 부재와 '손흥민 의존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 언론의 '월드컵 기대'는 축구영웅 손흥민과 관련된다.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 손흥민은 세계 정상급 스타이다. 중국축구팬들은 '슈퍼스타' 손흥민을 '손구왕(孫球王)'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TV)채널에는 손흥민의 경기와 '골 모음'을 재방송하는 이른바 '손흥민 채널'이 있다. '불세출 영웅' 손흥민에게도 천적은 있다. 맨유에서 뛰는 '축구황제' 호날두이다. '구왕(球王)'은 유독 '황제' 앞에선 맥을 못 춘다. 최근 호날두는 홈·어웨이 경기에서 4골을 몰아치며 토트넘을 격파했다. 믿거나 말거나 랭혹한 프로세계에도 천적은 존재한다.
유럽의 '최정상 프로팀'은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맨시티이다. 이런 맨시티가 홈·어웨이에서 케인·손흥민 듀오가 포진한 토트넘에게 련패(連敗)했다. 한편 맨시티에게 2련패를 당한 맨유는 토트넘을 제압하고 2련승을 거뒀다. 승리의 수훈갑은 홈에서 해트트릭(3골), 어웨이에서 선제골을 기록한 호날두이다. '37세 고령'인 호날두를 이빨 빠진 호랑이로 취급하면 큰 코 다친다. 이 또한 예측 불허의 '축구드라마'에 지구촌 수십억 축구팬이 빠져드는 리유이다. '치렬한 각축장'인 축구세계에는 '영원한 승자'도'영원한 패자'도 없다.
'여름 월드컵'에는 유럽 선수들이 체력이 소진된 상태에서 참가한다. 한편 11월 하순에 진행되는 카타르 월드컵은 물오른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하는 '유럽 리거'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유럽팀의 선전과 우세를 점치는 주된 리유이다. 또 아프리카팀 가나는 카타르의 '고온(高溫) 적응'에 큰 무리가 없다. 한편 같은 아시아임에도 불구하고 카타르는 한국팀에게 적지(敵地)나 마찬가지이다. '홈 텃세'가 없고 오히려 현지의 '악천후'에 적응해야 한다. 이 또한 한국팀의 16강행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중요한 리유이다.
'H조 최약체'인 한국팀의 16강 진출은 기적이 필요하다. 공은 둥굴다.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 우라과이·가나전 경기에서 1승1무를 거둔다면'조 2위'로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팀이 선전해 좋은 성적을 기두길 희망한다.
/흑룡강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