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0여년 전에 하늘에서 내려온 천신 환웅이 깃든 박달나무, 하늘에 닿아 천신의 사다리가 된 그 박달나무가 바로 신단수다. 아기소원을 가진 웅녀와 결혼하여 민족의 시조 단군을 탄생시킨 신단수는 천신 환웅의 화신(化身)으로 단군의 부친토템이다.
고대인들은 우주의 질서가 천계(天界)와 지계(地界) 그리고 지하계(地下界)로 이루어졌다고 여겼고 이러한 우주구조의 수직관(垂直观)에 따라 하늘과 대지와 지하세계를 하나로 얽매여 련결시킬 수 있는 매개물이 즉 우주의 축(轴)이 수요되였다. 그런 축으로 나무이상이 없다고 여긴 선조들은 어떤 한그루의 나무를 선택하여 그것을 우주의 나무 즉 세계수로 삼았던 것이다.
이처럼 세계수는 인간의 의지가 심고 가꾼 나무다. 원시선민들의 관념에 그런 나무들은 뿌리로 지하의 샘을 빨아올리고 초리로는 하늘의 샘을 자아내리기에 영원한 생명의 원천과 하늘과 땅을 잇는 사다리였다.
시베리아 각 민족의 그런 세계수가 한그루의 봇나무나 락엽송이였다면 우리 민족의 세계수는 박달나무였다. 높은 태백산마루에서 하늘을 떠받들고 솟아오른 신단수는 천신의 사다리고 천신의 상징이며 부성의 상징이였다.
그리 멀지 않는 옛날까지 우리 겨레가 모여 사는 촌락에 흔히 한그루의 높은 나무가 있어서 그것을 신이 오르내리는 나무라는 뜻으로 신나무(神树)또는 당나무(堂树)라 일컬었고 그 나무아래에서 제사나 굿판이 벌어지군 했다. 그 신나무나 당나무들이 신단수의 파생물이 아니였던가 싶다.
남영전 시인은 토템시 ‘신단수’에서 웅위롭고 장엄한 신단수의 형상을 다음과 같은 시구로 묘사하고 있다.
“창천을 쪼각쪼각 떠받들고/대지를 뙈기뙈기 거머쥐고/씨비리 광풍을 옆구리에 끼고 회오리쳤네/거대한 사다리 하나 드리우고/아아한 기둥 하나 세워/어머니 대지의 배꼽과 북극성 이어놓고/령혼의 새에게 큼직한 보금자리 지어줬네/오성을 부르는 소리/지혜를 부르는 소리/광막한 우주로 퍼져갔네”
보다싶이 시인이 여기에서 쓰고 있는 것은 한그루의 나무가 아니다. 식물계에 속하는 한그루의 박달나무가 아니라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떠인 신단수, 신령의 나무다. 신단수의 형상은 그 기개가 천지와 겨룰수 있으며 그 가슴은 해와 달을 품을수 있다. 거대한 사다리와 아아한 기둥이 되여 대지의 중심인 어머니 배꼽과 하늘의 중심인 북극성을 이어놓은 신단수는 오성과 지혜, 령혼의 나무로서 신적인 존재이다.
“모든 총명, 모든 정기를 모아/모든 굴함없는 불발의 견인을 모아/소탈하고 영특한 웅신으로 변신하여/웅녀와 천지개벽의 연분 맺었네/이에 적막강산에 적막이 사라지고/침묵구역에 침묵이 사라졌네/무인지경에 밥짓는 연기 몰몰 피여 나고/무인강산에 예쁜 노래소리 울렸네/사냥하는 군신들 태여나서/베짜는 아가씨들 자라나서/막강한 기백으로 빙산의 두개골 열어제치고/화애로운 락원 일떠세웠네”
“모든 총명과 모든 정기를 모아 모든 굴함없는 불발의 견인을 모아 소탈하고 영특한 웅신으로 변신”한 신단수는 웅녀와 결합한다. 그들의 혼인은 천신과 지신의 신성결혼(神性结婚)으로 천지개벽의 연분이다. 그리하여 적막강산에 인가가 생기고 새로운 인간세상이 생겨 난다. 사냥하는 군신들과 길쌈하는 아가씨들의 출현은 수렵시대와 부계씨족사회의 상징으로 되여 우리 민족의 유구한 력사를 말해준다. “막강한 기백으로 빙산의 두개골 열어젖히고”에서 ‘빙산의 두개골’이란 북유럽의 신화에 나오는 빙하가 쌓이고 쌓인 빙산의 정상을 말하는데 남영전 시인의 이 시에서는 전례없는 천지개벽을 형용하고 있으며 이로써 신단수의 막강한 기백과 장엄한 형상을 표현하고 있다. 토템시 ‘신단수’는 유구한 세월 후대들로 하여금 대를 이어가면서 난관을 이겨내고 화애로운 인간락원을 꾸리게 한 우리의 시조부인 신단수의 상징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다음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