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운 해살과 비단결 실바람이
파아란 하늘에서 만나던 날
고드름 매달린 빙설의 처마 밑에서
락수물 떨어지는 가락이 울리였다
그것은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다가오는 소리였다
델타와 오미크론*의 발톱에
마구 찢기고 멍든 고개를 넘어
하늘의 뜻을 받든 섭리의 자연이
또 하나의 봄을 해산한 것이다
아픔과 슬픔을 딛고
삼동의 사슬을 끊어버린
바람 고운 해토의 양지에서
연록의 머리를 들고
부활을 꿈꾸는 새싹의 정신은
얼마나 눈물겹도록 사랑스러운가
삶과 죽음의 대결은
예이제없이 처절한 것이지만
상처입은 중생의 몸과 마음에
파아란 새살을 만들어주는
따스운 해살의 살가운 온기와
비단결 실바람의 애무가 있어
생명은 겨울을 이겨내였고
우리는 봄을 빼앗기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의 변종바이러스
보슬이라는 비
구름언덕 넘어오는 봄바람에
한겨울 얼어붙었던
하늘 한모퉁이가 녹아내리면서
보슬이라는 비를 낳는다
한수의 잔잔한 서정의 시줄처럼
한수의 은은한 전통의 가락처럼
차분히 그리고 촉촉히
대지의 가슴에 스며들어
생명의 갈한 목 달래주는 비
그 고마움과 사랑스러움에
모로미 감격으로 젖는 산내들은
마침내 파랗게 눈을 뜨고
재생과 부활의 노래를 부른다
아무리 빙하의 땅이라 해도
봄바람에 가슴을 헤친 하늘이
보슬이라는 비를 뿌리면
숨이 붙어있는 하나의 세계가
잠을 깨듯이 살아난다는 사실은
얼마나 신비하고 경이로운가!
천사의 노래
천사의 백모시 옷자락은
계명산천 쓰다듬는 안개로 흐르고
천사의 핑크빛 스카프는
새녘하늘 물들이는 노을로 타오른다
천사가 가꾸는 천만송이 백장미는
순결을 갈망하는 눈꽃으로 피여나고
천사가 날리는 령혼의 갈기는
인간애심의 기발로 나붓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해와 달을 노래하고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늘과 땅을 사랑하는 천사
천사는 오늘도 생명을 불태우는
주어진 길을 가고 있다
천사는 눈물나게 청고하고
천사는 목메이게 갸륵하며
천사는 눈부시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