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란 뜻풀이를
흘러내리는 진물에서 읽었다
자갈에서 바위까지
멍 때리고 가다 굽이돌 때
삭정이 하나도 언덕이란 걸 알았다
절망을 참으며 기여 온 여기까지
타액으로 균형을 바로잡기엔
안타까운 시간을 허비했을 뿐이다
홀로 감당하기 힘들어
느린 절주로 화풀이를 해봐도
잡생각으로 풀 수 없다는 걸 알고
부지런히 옮겨지는 몸체가
찍은 도장이란 것도 알았다
한뼘이 하루의 품삯이 되더라도
허울을 버려야 하는 섭리 속에
배고픔을 잊게 만드는 먼 거리
가는 길이 톱는 오르막이란 걸 믿었다
살아간다는 숨소리가 살아있다는 것
얼굴
주름 한 올 휘여서
갈고리를 만들었더니
걸린 게 빛이라
벗어나려는 한낮이
보금자리 틀고 허리 쉼해
땀이 나는 나
훔쳤더니
하늘에 갈고리가 뜬다
무지개였다
맑은 날의 무재기는 드문일인데
땡볕에 휘여 있는 저 그림 한폭
그걸 얼굴이라 썼더니
못난 자화상으로 된 듯
나도 저렇게 살아남기를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