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질곡에 내려 앉아
내불지 못 한채 묵묵히 피고 지는 꽃들에겐
어떠한 속정들로 애타고 있을걸가
혹독한 겨울 휘몰아치는 폭풍 속에
갈매기가 쓸쓸한 낙도를 떠나지 못하는
까닭은 결코 무엇이였을가
나는 왜 모든 유산을 뿌리치고
배낭 하나에 별과 여한과 백의의 혼만 담고
이방이 아닌 이방에서 방랑해야만 했었던가
오늘도 계절을 잃은 텅 빈 창공은
빨간 태양을 등에 메고 스쳐가는 철새 떼의
비명소리로 가득 채워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