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북경동계올림픽 경기장에서 중국선수들의 금빛 질주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흑룡강적 선수들의 비중과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빙설왕국으로서 흑룡강성의 빙설자원과 빙설운동우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따라서 높아지고 있다. 흑룡강성의 빙설운동력사를 살펴보면 할빈에서 열린 제1회 전국빙상체육대회(1953년)를 계기로 빙설운동붐이 일기 시작, 특히 스피드스케이팅을 중심으로 조선족 명장들의 자취와 업적이 유난히 눈에 띈다.
중국 첫 빙상종목 세계 챔피언 라치환 선수에 따르면 중국 빙상운동 토대를 닦기 시작한 지난세기 50~60년대는 조선족들이 중국 빙상계를 주도했고 정홍도, 리태권, 박달화, 임세준, 김창복, 허명숙, 김영애, 김미옥, 최순자(길림성,전국 1등) 등 훌륭한 조선족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였으며 전국대회에서 1~6등까지 모두 조선족 선수들이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중국 첫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자 양양선수를 키워낸 김미옥 감독, 중국 남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중국국가팀 세계 최고순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리만기 감독 등. 그리고 이들이 키워낸 수많은 제자들이 현재 지방과 국가팀에서 중역을 맡으며 중국 빙상운동 발전을 떠받들고 있는 대들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963년 일본 나가노 제57회 세계빙속선수권대회에서 중국 첫 동계운동종목금메달을 따낸 라치환 선수.
북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제1주자에 이어 제1 기수로 개막식에 참가한 라치환(81세)은 중국빙상운동력사에 자타공인의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1963년 일본 나가노 제57회 세계빙속선수권대회에서 중국에 첫 동계운동종목 금메달을 안겨준데 이어 1971년부터 흑룡강대표팀 코치, 1985년부터 1996년 사이 중국 국가대표팀 코치, 1997부터 2004년까지는 흑룡강성 코치로 있으면서 후배양성을 통해 두번째 전성기를 맞이, 일선에서 중국빙설운동의 발전을 이끌었다.
중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양양 선수의 계몽선생 김미옥 감독.
2002년 미국 솔트레이티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500미터 경기에서 중국에 동계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준 양양을 발견하고 키워준 이는 조선족 김미옥(83세) 감독이다. 1988년 당시 목단강시에서 열린 전성 빙상경기에 참가한 양양은 144센티미터의 신장에 출발속도가 시원치 않는 등 여러모로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였다. 하지만 김미옥 감독은 다년간의 선수와 감독 경험에 바탕한 독특한 혜안으로 양양의 잠재력을 보아내고 그를 제자로 받아들여 세계적 스타로 키웠다. '전국우수운동원세계챔피언계몽감독상' 수상자인 김미옥 감독은 양양 외에도 정춘양, 왕수옥, 장청, 장려, 김영순, 량림화, 장금평 등 국내와 국제, 올림픽 무대를 빛낸 제자들을 양성해 중국의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의 발전에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큰 기여를 했다.
2002년 미국 솔트레이티시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500미터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내 수상대에 오른 양양 선수.
현역중 빙상종목 조선족 감독으로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분은 이번 북경동계올림픽 중국 체육대표단 빙속 감독을 맡고 있는 량림화(53세) 감독이다. 그는 양양과 같은 김미옥 감독의 자랑스러운 제자이다. 1990년 제2회 동계 아시안게임 500미터 7등을 따내는 등 운동원으로서 화려한 경력을 지니고 있는 한편 1991년 할빈시체육운동학교에 근무하면서 교련원으로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3년 국가 스피드스케이팅 집중훈련팀 합류를 시작으로 2017년부터 국가 스피드스케이팅팀 집행감독으로 근무, 현재까지 량감독이 양성한 제자들이 전국과 세계 경기에서 460개의 메달을 따냈다. 중국빙상운동의 발전에 대한 기여로 량림화 감독은 선후로 국가와 흑룡강성으로부터 '흑룡강성체육운동공헌상', '흑룡강성체육사업돌출공헌상' 등 영예칭호를 수여받았다.
2022년 북경동계올림픽 중국 체육대표단 빙속 감독을 맡고 있는 량림화(가운데)감독과 제자들.
2019년 중국아이스하키 (冰球) 걸출공헌상을 수여받은 조선족 리만기(88세) 감독은 1972~1983년 사이 중국남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최정상으로 이끈 주역이다. 그가 이끈 국가대표팀은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대회에 참가하여 중국남자아이스하키 사상 수많은 자체기록을 갈아치웠다. 리만기 감독의 휘하를 거친 국가대표팀 선수가 수두룩하지만 그중 현역으로 가장 큰 활약을 하고 있는 제자는 이번 북경올리픽 남자아이스하키 중국 국가팀 왕본여(60세)감독이다.
중국 아이스하키 국가 대표팀 전임 리만기 감독.
/특별취재팀 라춘봉, 리수봉, 윤선미, 마국광, 리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