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민들레는 순수한 자연의 먹거리를 선사한다. 민들레는 가장 이른 봄부터 겨우내 얼고 잠들고 굳어진 흙 속에서 자기 속에 간직했던 에너지를 방출하여 오불꼬불 틈새를 비집고 기어코 땅우로 올라와서 인간들에게 엽록소를 선사한다. 봄임을 광고한다. 민들레는 아마 태여나는 날부터 꽃망울을 잉태하고 있는 것 같다. 옛날에는 멋 모르고 꽃망울을 버리고 이파리만 먹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모조리 먹는다. 날 것으로 쌈을 싸거나 초장에 찍어 먹으면 민들레의 개성적인 맛이 더 선명하고 양념에 무쳐 먹어도 그저그만이다. 그렇게 입맛이 거뿐할 수가 없다. 밥도둑이다. 실로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지경이다.
의학적으로 봐도 민들레는 청열, 해독, 부종, 리뇨, 빈혈, 피부염, 감기, 변비 등에 좋고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섬유소, 비타민, 칼슘, 철 등 영양이 풍부하여 식용가치가 높다.
내가 민들레를 좋아하는 다른 리유가 있다. 민들레는 자기가 처해 있는 환경을 나무랄 줄 모른다. 큰길이나 오솔길 따뜻한 양지나 음산힌 숲속 확 트인 공지나 구석진 곳이나 비옥한 땅이나 척박한 땅이나 막론하고 자리바꿈을 꾀하지 않는다. 거기서 움트고 뿌리 박고 꽃피우고 씨앗 맺고 후대를 번성해나간다. 절대 자기가 처한 환경을 탓하거나 이탈저탈 나무람 없고 다른 환경을 넘보지 않는다.
나는 가끔 장에 가면 민들레 매대를 무심히 지나지 않는다. 가격도 알아보고 그 싱싱함을 음미한다. 더우기 민들레의 온정하고 강직하고 고상한 풍격을 존중해마지 않는다.
저명한 녀류작가 빙심은20세기20년대에 자기의 산문'꼬마독자들에게에에서"이것(민들레)으로 면류관을 만들어 나의 녀왕에게 씌우겠다"고 하였다. 이렇게 민들레는20세기초에 벌써 녀왕의 보좌에 올랐다.
난 길가다가도 가끔씩 민들레를 발견한다. 그 때마다 그저 지나치지 못하고 공경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