黑龙江日报朝文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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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외롭게 피여난 꽃 - 박철희

2021-12-12 15:07:22

稿件详情 로동절 휴무일 보내고 홀가분한 기분이야 될텐데 마음속 한구석은 하냥 무겁기만 하였다. 외롭고 우울한 마음을 달래느라 혼자서 언덕우로 멍하니 걷다가 다시 강뚝을 따라 걸었다. 강바람이 불어와 옷깃을 마구 흩날렸고 내 사색을 헝클어놓았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먼 곳까지 왔다. 강 옆에는 잡초들이 무성하고 마른 나무잎들이 널려 있었고 가시나무들이 얼기설기 엉켜 있었다.

문득 이름 모를 못다 핀 한송이 연분홍색 꽃 앞에 가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아름답지만 앙상하고 초라한 꽃이였다. 긴긴 어두운 밤과 외로움을 어떻게 혼자 달래며 지내왔을까? 왜 이런 척박한 곳에 피여났을까? 못다 핀 꽃 한송이 따뜻한 사랑 하나 없이 사람들의 중시도 받지 못한 채 피였다가 가을이 되면 하염없이 져버리겠지. 세상의 모든 꽃 하나하나에 그 잎새를 지켜주는 천사들이 있다고 하는데 너는 대체 누가 지켜주니? 워낙 척박한 곳이다 보니 나비와 벌조차 찾아오지 않았다. 거부할수 없이 태여나고 어쩔수 없이 홀로 자라는 꽃의 마음은 정녕 누가 리해해주랴? 긴긴날 보고 싶어도 못 보고 불러도 대답이 없는 막무가내 하는 심정은 얼마나 애타고 시렸을까? 그 뭔가를 찾고 기다리는 어설픈 미련과 기대감은 또한 어린 마음에 얼마나 많은 실망과 상처를 안겨주었을까?

문득 한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지나간6년, 내 마음은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거슬러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으러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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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6년만에 고향 땅을 밟았다. 조카 희진이는 올해12살이고 할아버지와 단 둘이서 널찍한 새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희진이는 그동안 쑥대처럼 키가 부쩍 커서 내 어깨 너머로 왔고 골격은 굵어졌다. 옷은 꾀죄죄하고 긴 머리카락은 헝클어졌으며 피부는 까마반지르하게 탔다. 내가 희진이 손을 잡고 끌어안았을 때 익숙하지 않는 듯이 조심스레 내한테 기대였다.6년만의 상봉, 이제는 손도 커서 다 감싸지 못하고 체구도 커서 안아도 어릴 때 느낌이 아니였다.

나는 희진이와 며칠 같이 있었다. 어린애라 한창 부모들한테 응석을 부릴 나이인데 활기 없어졌고 말수도 적어졌으며 얼굴에는 미소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구석을 찾아 숨소리를 죽여가며 쪼크리고 앉았고 얼굴에는 두려운 빛이 흐르고 눈길은 당돌하였다. 이 모든 것을 보는 순간 내 마음은 쓰려 났고 설음이 북받쳐 올랐다. 내가 알고 있던 희진이는 원래 이런 모습이 아니였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하던 해 우리 희진이가 태여났다. 그 해 희진이의 아빠는 외국으로 떠나갔고 엄마도 희진이3살 되던 해에 아빠 찾으러 외국으로 떠나갔지만 결국은 리혼하고 말았다. 희진이가 벌벌 기고 또박또박 말을 익힐 때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이모들이 곁에서 돌보아주고 이뻐해주었다. 부모 사랑을 못받아서 나는 희진이를 각별히 아끼고 사랑해주었다. 매번 방학 때면 집에 돌아와서 맛나는 음식들을 잔뜩 사서 희진이를 주었고 자그마한 몸을 꼭 껴안고 내 다리에 앉혀서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희진이도 주변 사람들 사랑을 받고 건강하고 이쁘게 무럭무럭 잘 자랐다. 재잘재잘 말도 많았고 노래도 잘 불렀다. 한복을 입고 익살스런 표정으로 즐겁게 춤 추고 뛰노는 모습은 마치 동화 속의 행복한 공주를 방불케 하였다. 비록 부모들이 곁에 없었지만 희진이는 부족함을 몰랐고 미소는 그토록 아름다왔다.

희진이가6살 되던 해에 리별이란 악몽이 다가왔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희진이를 선생님네 집에 맡기고 외국으로 떠나갔다. 그 때 난 외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느라 헤여지는 장면을 보지 못했지만 희진이가 안 떨어지려고 많이 울었다고 한다.

이듬해 국경절 휴무일에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선생님네 집에 들려 희진이를 데리고 우리 집에 왔다. 몸은 많이 여위였고 눈빛에는 사랑에 대한 갈망이 흘러 넘쳤다. 나랑 같이 있는 동안 희진이는 내 뒤를 그림자처럼 졸졸 따라다녔다. 밖에 잠간 나가도 떠나는 줄 알고 서럽게 울었다. 상봉은 짧았다. 휴무일이 끝나고 나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떠나가는 날 희진이가 좋아하는 간식들을 가득 사서 한가방 꽉 채워주었다. 희진이는 작은 손으로 내 바지가락을 잡아당기며"삼촌, 난 선생님네 집에 안갈래, 삼촌하고 같이 있을래, 간식도 안먹을래, 그러니까 떠나가지마. 흑흑흑..."하고 흐느껴 울었다. 나는 마음이 뭉클하고 코마루가 찡해났다.

희진이는 믿고 의지하던 사람들이 다 떠나가버리고 기댈 곳 없이 홀로 버려졌다. 나중에는 사랑을 의심하게 되였고 자신이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아이라고 여겨 왔으며 또한 사랑에 대한 갈증과 두려움이 병존하는 모순된 심리가 형성됐다.

나는6년이란 시간동안 자주 만나겠다던 약속을 뒤전으로 한 채 용돈과 선물로 사랑을 메우려 했다. 그 사이 희진이 마음 속에 고독의 뿌리가 그렇게 깊어진 줄 몰랐다.

나는 다시 외롭게 핀 그 이름 모를 꽃을 보면서 뒤늦게 후회를 했다. 사실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은 돈도 선물도 아니라 자기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마음을 기댈수 있게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삼촌이 자주 만나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태여날지 선택을 못하지만 태여난 이상, 항상 아름다운 미래를 바라보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도리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은 사랑 받기를 원하고 있다. 

아직은 한해의 시작인 봄이다. 꽃잎이 떨어졌지만 다시 보살펴주고 관심을 기울이면 새로운 꽃잎이 자랄수 있을 것이다. 긴긴 어두운 날이 있으면 행복한 새날도 있을 것이다. 얼음처럼 시려 있는 우리 희진이 마음을 녹여주고 방황심과 불안감을 몰아주고 마음속에 새로운 사랑을 심어주리라. 언젠가 행복이 아름다운 무지개 마냥 마음속에 낄 날이 찾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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