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저녁마다 술에 절어 들어오고 좀처럼 집에 붙어있지 못하는 남편 때문에 화가 난데다가 련 며칠 딸아이까지 열이 나 뜬눈으로 며칠밤 지새고나니 극도로 민감해진 나는 갑자기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여 아침부터 다짜고짜 남편한테 걸고 들었다.
"매일 술 마시지 말고 아이한테도 나한테도 좀 신경 써줘요."
"아니, 내가 일 때문이지 뭐, 그러는 당신도 이런저런 모임에 다 다니잖아? 누가 돈 주는 일도 아닌데."
남편은 평소 말투였지만 오늘따라 웬지 비난의 소리로 들렸다. 나는 평소와 달리 억양이 멋대로 올라가고 기관총 쏘듯이 말을 막 내뱉었다.
"그렇다고 내가 막 다녀? 그리고 애는 뭐 내가 혼자 낳았다고 혼자 봐야 하냐고? 좀 아빠 역할 잘함 안되겠어? 그리고 내가 집에서 노는 것도 아니고 똑같이 밖에 나가 일하고 있는데 왜 애 보고 가사까지 내몫인가 말이야. 조금 분담해주면 안 돼?"
"에잇, 녀자가 아침부터 재수없게..."
불만을 퍼붓다가 말다툼이 시작되니 반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작은 불평이 큰 싸움으로 번졌다.
그렇게 한바탕 말다툼 하고나니 가슴이 너무 답답하여 문을 박차고 나가 혼자 등산하기로 했다. 모든 원망, 불쾌함을 땀으로 씻어내며 한걸음 한걸음 씩씩거리며 오르고 또 올랐다.
끝내 정상에 올라서니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에 갑자기 답답했던 가슴이 확 트였다. 있는 힘껏"야호" 하고 웨치니 건너편에서 똑같은 목소리로"야호" 하고 메아리소리가 되여 되돌아왔다. 단지 웨친 것만으로도 기분이 많이 전화되였는데 건너편에 울려갔다 되돌아오는 내 목소리에 더욱 신이 났다.
아직은 가슴 밑바닥에 남편에 대한 섭섭함이 많이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저도모르게 남편에 대한 원망과 미움을 담아"너 미워"하고 소리를 질렀다. 당연히 되돌아온 소리도"너 미워"였다. 똑같은 힘, 똑같은 목소리로 소리 질렀지만 전에"야호"와 달리 마음이 그다지 개운해지지 않았다. 남편을 나무람한 것이 오히려 나절로 자신을 욕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 미워!"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면 자신에게도 상처가 된다는 도리를 자연은 이렇게 알려주고 있는 것인가?
나는 멍해진 상태로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저 멀리로 내다보이는 도시의 한쪽 작은 구석을 바라보면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결혼7년차이다. 사실 남편은 따져보면 그나마 자상한 남편임이 분명했다. 부부가 이만한 세월을 함께 살았으면 권태기 때문에 흔히 혼자 놀기를 즐긴다는데 우리 남편은 아무리 바쁜 시간이라 해도 매주 한번 정도는 꼭 가족과 외식을 하군 했다. 음식장사를 하다보니 주말에 주문배달이 너무 많아 새벽부터 돌아쳐야 했지만 힘든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가까운 동네 공원이라도 같이 나가 신나게 놀아주고 일을 나가는 책임감 있고 가정적인 남편이였다.
경기가 보편적으로 안 좋은 요즘 사업파트너랑 새로운 아이템을 위해 매일 나가 머리짜는 남편에게 내가 너무했나 싶어 미안한 마음에 저도 몰래 눈가가 촉촉해졌다.
심란했던 마음을 털어버리 듯 일어나 바지에 묻은 흙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한번 있는 힘껏 소리쳐보았다.
"미안해!"
그러자 저쪽에서 역시"미안해"가 메아리쳐왔다. 분명 내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목소리로 들리는 건 나의 착각때문인가? 하여튼 나의 송구한 마음이 털려나가고 대신 남편의 따뜻한 사랑이 확인되는 순간이였다.
우리 사랑도 메아리처럼 주는 그대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항상 고운 말로 긍정적인 말로 서로를 아끼고 리해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내려오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 미안해요. 말 심하게 해서... 그동안 너무 고마웠어요."
"내가 미안해, 당신은 너무 잘하고 있어. 빨리 와. 당신이 좋아하는 탕수육 시켜놨어."
우리가 사는 인생살이도 그런 것이였다. 사랑하는 마음도 미워하는 마음도 또한 리해하는 마음도 메아리처럼 우리가 하는만큼 돌아오는 법이다. 가족은 물론 친구, 동료에게도 자기 자신부터 긍정적인 태도로 먼저 다가가고 베풀고 량해하면 대방도 나에게 격려와 응원을 메아리처럼 돌려줄 것이며 우리의 삶은 더없이 아름다와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