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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 꽃이 지는 리유 - 김미령

2021-12-12 15:07:49

"삶은 지금 이 순간 피여있다, 그대도 피여있다. 지금 이 순간."

꽃이 가장 많이 피는 봄이 오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글구이다.

하지만 꽃이 지는 것을 생각해본 적은 없이 살아왔다.

얼마전 한국 취재길에 서울 지하철을 타고 가는 차안에서80세 할머니가 문득 밖에 핀 꽃을 바라보며"꽃은 다시 지고 피는데 왜 사람은 한번 가면 다시는 오지 않는지?"라면서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한 녀자가 대답했다."꽃은 피는 시간이 짧지만 사람은 피여있는 시간이 길지 않은가요?" 그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듯했다. 세상사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꽃이 피는 리유는 희망을 알리는 봄 때문에 혹은 기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꽃이 지는 리유를 말하라면 나는 말문이 막힐거 같다. 사실 꽃이 지는 리유는 다시 그 꽃을 피우기 위해서라는것, 한잎 두잎 길가에 떨어진 꽃잎으로 꽃길이 만들어지고 꽃잎이 떨어져나간 자리에는 다시 꽃씨가 생기고 열매가 맺어지고 다음 계절에는 꽃이 또 피고... 어쩌면 우리가 사는 것과 같은 도리인 거 같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꽃이 져야 하고 꽃이 지기 위해서는 또한 먼저 꽃이 펴야 하고. 행복을 위해서는 아픔도 견뎌야 하고 참된 사랑을 기다리기 위해서는 가슴 시린 외로움도 인내해야 하고 고통과 고난을 이겨내다보면 또한 행복의 꽃이 피고, 파고 드는 고독을 삭혀낸 결과 따뜻한 사랑이 찾아오고 하는것이 꽃이 지고 꽃이 피는 것과 같지 않을가?

꽃이 피는 소리는 기분좋은 노래처럼 아릅답겠지만 그대는 꽃이 지는 소리를 들은적 있는가? 떠나간 님을 그리워 하는 구슬픈 녀인의 울음소리일가? 고이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날 말없이 흘리는 아버지의 눈물일가? 아니면 자식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어머니의 피 흘리는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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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나는 아침에 누가 세상 떴다는 소식을 들었고, 점심에는 누가 애 돐잔치를 한다는 청첩장을 받았고 저녁에는 결혼피로연에 오라는 련락을 받았다. 그날 나는 세군데에 조의금과 축의금을 다 보내고 결국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갈 기분이 아니였다. 누구는 태여나서 기뻐하고 누구는 세상 떠서 슬퍼하고. 이게 꽃이 피고 지는 세상이 아닌가싶다.꽃이 피여있을 때 소중히 하면서 즐기고 꽃이 질 때는 또 다음 꽃이 핀다는 희망을 안고 살아야 하느리. 꽃이 폈다해서 영원히 살 것도 아니고 꽃이 졌다해서 우울해 있을 필요는 없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살아있을 때 최선을 다하고 꽃이 지는 것은 흐르는 강물처럼 순리에 맡기면 되는거다.

떨어진 것이 꽃잎인줄 알고 허리굽혀 주었더니 그것이 내가 흘려보낸 세월처럼 느껴졌다. 세월을 꽃잎에 비유하는 우리네 마음도 꽃저럼 피고 지고 하면서 살아가는 삶이다. 가는 길이 늘 꽃길일수도 없지만 마음의 꽃길은 스스로가 만들 수 있다는것이다.

봄이 그리워 꽃잎 딛고 찾아온 그 사람이 생각나서, 비에 젖어 흔드리며 피여나는 목련꽃이 떠올라서 꽃노래를 불러보는 한 녀자의 드라마처럼 살아온 이야기를 한편의 시속에 담아보고싶다. 그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꽃이 질 때 꽃이 필 때 사실은 꽃 자체는 참 아플텐데, 하지만 그 꽃이 져셔 하늘의 별이 되여 천년의 사랑으로 다시 돌아와 피운 꽃송이를 만나면 우리는 또 웃을수 있지 않을가싶다. 이 세상에는 아픈 것들은 너무 많다고 버릇처럼 누군가가 말하지만 아픈 것들은 참 아름답다는 것은 정녕 몰랐을가?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때 아프기도 하지만 또한 행복하지 않을가? 꽃이 질 때 슬프지만 또한 꽃이 져야만 필 수 있고 꽃이 필날을 생각하면 아침이슬 눈물 한송이로 꽃을 피우지 못할가?

꽃이 지면 외롭다고 꽃이 바람에게 전하는 말, 꽃이 피면 행복해서 고맙다고 꽃이 비방울에게 전하는 말을 나는 다 듣고 살아온 거 같다. 내 마음속에 꽃이 피고 꽃이 지는 날도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꽃이 피는 리유를 알면 꽃이 지는 리유를 알듯이 꽃이 지는 리유를 알면 꽃이 피는 리유를 알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쉽고도 어려운 말이다.

꽃이 질 때는 그 꽃씨를 다시 가슴에 품고 살고, 꽃이 필 때는 그 향기에 취해 살고 우리는 꽃이 지고 피는 것을 반복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살아간다.

나는 꽃이 피는 계절에는 꽃이 지는 날을 떠올려 그리움의 아름다움을 느껴보고 꽃이 지는 계절에는 꽃이 필 그날을 생각하면서 사랑하는 그님과 함께 웃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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