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봄 날 (외 3수)
손홍범
봄날은 무도장
산천은 무도선수
물을 감고 산은 빙ㅡ빙ㅡ
산을 안고 물도 빙ㅡ빙ㅡ
산을 따라 꽃도 빙빙
물을 따라 고기도 빙빙
네가 좋아 빙빙
내가 좋아 빙빙
얼싸 안고 빙빙
취하였나 빙빙
물속에 빠진 산
꽃을 안고 취했는가
꽃을 따라
나비도 물에 놀고
푸른 산을 꺼꾸로 안고
푸른 물도 취했는가
흰구름 사이로
고기떼 헤염치네
키스
두손에 받들린 사과
빨간 미소에 향기 물씬
나 한입 깨물려다가 차마 못하고
저도 몰래 입술로 뻑
눈앞에
그녀의 연분홍빛 입술 같아서
실아(失我)
어쩐지 내 마음 아닌 듯 하여
내 가슴을 열어 보았더니
나의 ‘궁전’엔 내가 쫓겨나
당신이 차지하고 있네요
바위
산이 너를 이었느냐
네가 산을 탓느냐
대자연의 솜씨 경이롭다
검은 하늘 심장 고동친다
푸른 벼락 산에 꽂힌다
천둥소리로
천년바위도 꿈틀거린다
퍼붓는 폭우에
바위도 젖고
산도 샤워한다
날이 개면
바위가의 나무숲
산을 악물고
기름을 빨아 무성하리
바위는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