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하얀눈 즈려 밟고
힘겹게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 울음 울었을가
애처로운 모습이
발걸음 붙들어 매여서
바위로 굳었다
주름진 세월이 비껴간
력력한 자욱마다
흐느낌이 안개처럼 서리였다
작고 여린 웃음이 가엾어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생명의 푸른 령혼 진정 함의
잊지 못해 가다가 돌아서서
두번 다시 돌아본다
매서운 이름을 새기며
붉은 단풍
못다한 사랑이 애달퍼서
불길로 타오른다
마음을 빨갛게 물들이며
가위로 한자락 잘라내여
시집에 끼워널가
살아가다 한가로울 때마다
무심히 꺼내보게
슬쓸히 다가오는 인생가을
멀지 않는 그때에
저렇게 유감없이 지펴올라
추억으로 남을가
무거워 주름진 년륜이
세월을 앞서가며
이마에 마음에 서글피
이슬로 맺힌다
지금 나이
찬바람이 살갗을 쑤시여
마음을 여미며
멀어가는 푸른 하늘 바라본다
날마다 계절조 부산떨며
멀리로 떠난다고
슬픈 마음 저미는 끝자락
지평선 저멀리
색바래는 애처로운 석양이
가슴에 파고든다
산자락 이름모를 풀대들
저절로 허리 꺾어
소리없이 느낌표로 굳는다
막차의 구슬픈 기적소리
귀청을 때리는데
말없이 차표를 꺼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