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찰랑거리는 겨울 눈섞임물 소리
청각을 곤두세운 뿌리
잔털까지 뻗고 생명수를 끓어 올려
겨우내 덮힌 각질을 밀어내고
볕을 닮은 등빛으로
눈길 밝히네
길동무 없이 쓸쓸히
축축한 우듬지에
추위를 밀어내고
계절을 건져 올리는 기특함으로
세상천지간의 사랑은
수많은 아픔과 시린 시간들
건너서 이렇게 다가오고 있다고
너의 까뭇한 뒤잔등에 새겨진
봄바람이 핥퀴고 간 흔적들을
아프게 읽고서야
시린 가슴에 따뜻한 웃음을 간직할 수가 있었다
백설을 딛고 선 복수초
꽃을 피우려고
자박자박 건너 온 그 시간
시리고 아파도
봄바람 따뜻한 입술로
훈훈한 입김 불어불어
꽁꽁 언 가슴이 열려
길섶에 환해지는구나
벚꽃터널
개나리가 등을 밝혀주는 골목길을 지나
벚꽃거리 찾아 간
그날 그 곳에
사랑을 심어놓고
두손 마주잡고 했던 맹세는
휘여가는 바람에 실려갔어도
별처럼 꽃처럼 흩어진
너와 나의 이름
그 이름에 새겨진 이야기들이
봄나무 가지마다
다닥다닥 붙어
새봄을 즐기고 있었지
거리마다 누비고 있는 청춘들
꿈꾸던 미래가
지루한 해후의 졸음 끝에
하품처럼 끝나갈 무렵
머리 속을 거니는 추억을 따라
너와 나의 추억의 간이역 벚꽃터널에 내리면
행복이 꽃살처럼
마구 흩날려 흩어져가다
또 다시 엉켜서 뒹구는
꽃잎 속에서 흩날려 사라져도
그 속에 네가 있고 또 내가 있으니
이렇게 벚꽃 날리는 날이면
다시 찾아와
벚꽃이 무너지는 벚꽃길에
꽃나무가 되여 서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