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잔소리를 듣고 자랐다. 내 경우는 엄마보다 아빠에게 잔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아마도 직장에 다닌 아빠가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다보니 같이 있는 시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교육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동생한테 잘해라”,“공부 열심히 해라”부터“일찍 다녀라”,“방 정리 좀 잘해라”까지 수많은 잔소리의 중심에는 아빠가 있었다.
솔직히 아빠의 잔소리는 내 삶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삶은 내가 사랑하는 이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혹은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의 모습을 본받아 바뀌거나 아니면 직접 경험을 통해 깨우치면서 변화했던 것 같다. 이래라 저래라 하는 잔소리보다는 오히려 좋은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필요성에 의해 변화한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랑과 관심이라는 리유로 일방적인 자기만의 방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결국 내가 편하기 위한 합리화일 뿐이다. 우리의 부모 역시 그들의 부모로부터 잔소리를 들었고 그들은 자녀인 우리에게 잔소리를 했으며 우리 역시 우리의 자녀들에게 잔소리를 서슴치 않고 하고 있다. 마치 전통과 례절을 계승 하듯 잘못된 양육방법을 아무 생각없이 세습하고 있는 중이다.
잔소리야말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만 줄 뿐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여러 조사와 통계로도 밝혀졌다. 그리고 자녀들을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다양한 양육법들 역시 많이 나와 있다. 나의 자녀를 리해하고 자녀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부딛쳤을 때 우리에게 기꺼이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하며 자녀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아이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지지자가 되는 방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랑에 기반한 잔소리라는 잘못된 양육 방식에서 벗어나보는 것은 어떨가 제안해본다.
/리수경